[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20) 마키아벨리(상) 군주론

입력 2017-11-06 09:01  

"권모술수를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받지만
때론 수단보다 목적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죠"




1469년 5월 피렌체에서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인문주의 명사들의 영향을 받았다. 피렌체의 실제 통치 권력이던 메디치가가 추방되고 난 뒤 들어선 피렌체 공화정의 외교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후 다시 메디치 가가 복귀하면서 그는 반(反)메디치 인물로 낙인찍히고 공직에서 쫓겨났다. 마키아벨리가 현실 정치에서 추방 됐을 때 ‘군주론’이라는 불후의 고전이 탄생한다. 마키아벨리는 은둔 생활을 하면서 ‘군주론’을 집필하게 된 과 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메디치가에 저술을 바치다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서재에 들어간다. 서재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하루 종일 입었던 진흙과 먼지가 묻은 옷을 벗고 궁정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렇게 적절히 단장한 후 옛 선조들의 궁정에 들어가면 그들이 나를 반긴다…나는 그들과 얘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그들의 행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유를 캐묻는다. 그들은 친절하게 대답한다. 네 시간 동안 거의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며, 모든 근심과 가난의 두려움을 잊는다…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선조들에게 맡긴다. 단테는 우리가 읽은 것을 기록해놓지 않으면 지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성과를 기록해서 ‘군주국에 관하여’라는 소책자를 썼다.”

피렌체를 위해 공직에서 일하기를 원하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의 군주에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군주론’을 저술해 바쳤지만 공직에 복귀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마키아벨리가 공직 생활에서 추방된 후 은둔 생활 동안 집필한 저작들을 통해 그는 정치철학자로서 불후의 명성을 얻는다. 마키아벨리가 ‘로마사 논고’ ‘전술론’ 등의 명저를 저술한 때도 이 시기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게 된 배경이나 유배 생활 중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집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권모술수의 대가라는 평가

서양철학사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도덕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악한 존재라고 낙인을 찍고, 다른 쪽에서는 비정한 현실 세계의 실상을 용감하게 그려낸 현실주의자라고 칭찬하고 있다. 그런데 사악하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쪽이나 위대한 정치철학자라고 옹호하는 쪽,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증거자료가 ‘군주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키아벨리가 이런 평가를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평가들 중에는 편견이나 오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마키아벨리즘이란 말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이름에서 파생된 단어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의 사전적 정의는 ‘정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상’이라는 의미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권모술수의 책으로 악명이 높다. 아닌 게 아니라 ‘군주론’에서 그가 제시한 ‘바람직한 군주의 상’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냉혹한 지배자의 모습이다. “대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낫다”와 같은 말들로 오랫동안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에게 ‘권모술수의 대가’라는 불명예를 안겨 줬다.

현실주의적 군주 역할 주목

하지만 이런 평가에는 간과한 사실이 있다. ‘군주론’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쓰였는지, 그 커다란 맥락을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 피렌체는 공화정이 붕괴되면서 힘의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피렌체의 권력을 장악하던 메디치가에 주어진 과업은 혼란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피렌체 시민들을 바라보면서 마키아벨리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군주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군주가 좋은 수단을 써서 좋은 목적을 이루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쁜 수단을 썼다고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수단을 통해서나마 좋은 목적을 이뤘느냐를 따지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점이 ‘군주론’을 통해서 마키아벨리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기억해주세요

군주가 좋은 수단을 써서 좋은 목적을 이루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쁜 수단을 썼다고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수단을 통해서나마 좋은 목적을 이뤘느냐를 따지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점이 ‘군주론’을 통해서 마키아벨리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김홍일 <서울 국제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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